
어른들의 문법을 깨다… 원주청소년축제 ‘꽃이 피다’가 기대되는 이유
매년 5월 말이면 전국 지자체마다 청소년을 위한 축제가 우후죽순 열린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유명 아이돌 가수를 불러 단 몇 십 분의 공연을 관람하게 하거나, 어른들이 짜놓은 딱딱한 식순에 맞추어 청소년들을 객석의 '동원 관객'으로 앉혀두는 일방향적 행사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날을 기념한다면서 정작 그들의 목소리와 주도성은 거세된, 일종의 관(官) 주도형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 원주시의 대표 청소년 축제 <꽃이 피다>의 귀환은 매우 반갑고도 고무적이다. 오는 5월 30일부터 이틀간 원주 댄싱공연장과 젊음의광장을 뜨겁게 달굴 이 축제는, 부제인 ‘드림 하이(Dream High)’처럼 청소년들이 스스로 무대의 주인공이자 기획자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터트리는 '진짜 축제'를 표방하고 나섰다.
'가요제부터 유해환경 전시까지'… 청소년들이 직접 직조한 축제의 스펙트럼
원주시가 공개한 프로그램 라인업을 살펴보면, 청소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시대적 고민이 축제 전반에 촘촘하게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연마당의 구성부터 흥미롭다. 세련된 오디션 포맷을 차용한 ‘시크릿싱어’부터 학업에 짓눌려 있던 에너지를 단체 퍼포먼스로 발산하는 ‘응원제’, 날것의 열정을 쏟아내는 ‘가요제(밴드)’와 ‘댄스제’는 청소년들의 개성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기성세대의 잣대로 가공되지 않은 청소년들만의 에너지가 원주의 대형 무대를 가득 채우는 풍경은 그 자체로 역동적이다.
단순히 먹고 마시며 춤추는 일탈형 축제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마당에서 선보이는 ‘드림 배리어(Dream Barrier)’는 청소년들이 직접 '청소년 유해환경'이라는 묵직한 사회적 주제를 던지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어른들이 보호라는 이름으로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점을 똑바로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서의 청소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소년 동아리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며 소통하는 과정 역시, 자치 역량을 기르는 최고의 산 교육장이다.
"스트레스는 드림 런(Dream Run)으로"… 놀 권리를 되찾아주는 공간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슬프다. 아침 일찍 등교해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가를 전전하며 오직 성적과 입시라는 단 하나의 트랙 위에서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것이 이들의 가혹한 현실이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훈계나 입시 설명회가 아니다. 땀 흘려 마음껏 소리 지르고, 친구들과 나란히 서서 서로의 꿈을 응원할 수 있는 '합법적인 해방구'를 넓혀주는 것이다."
원주시가 놀이마당에 마련한 ‘드림 런(Dream Run)’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은 바로 그 숨 막히는 트랙에서 청소년들을 잠시 탈출시켜 준다.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이 역동적인 놀이터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망각하고 있었던 청소년들의 '놀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공간적으로 선언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도시의 생명력은 그 도시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밝고 역동적으로 웃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원주시가 2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축제의 맥을 이어오며, 매년 청소년들에게 마이크와 무대를 전적으로 내어주는 행정을 펼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자산이다.
5월의 마지막 주말, 원주 댄싱공연장 일원에 가득할 청소년들의 날 선 패기와 환한 웃음소리를 기대한다. 그곳에서 피어날 수만 개의 초록빛 꿈들이, 메마른 도심의 아스팔트 위를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정원으로 물들여주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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