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군포 플라잉이 건넨 음악이라는 레시피
방문 뒤로 숨어버린 청년들이 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의 숫자는 날로 늘어가지만, 이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대책은 여전히 서툴기만 하다. 무작정 "집 밖으로 나오라"고 다그치거나, 취업 박람회 서류를 들이미는 방식은 오히려 이들의 방어기제를 강화할 뿐이다. 실패의 경험이 쌓여 단단해지려 애쓰다 지쳐버린 청년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채찍질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안전한 공간'과 내면의 응어리를 풀어낼 '부드러운 언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군포시 청년공간 '플라잉'이 기획한 고립·은둔 청년 치유 프로그램 <마음이음 음악 레시피>는 행정이 이 문제를 얼마나 섬세하고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한 혁신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은 거창한 상담이나 훈계 대신 '음악'이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직관적인 매개체를 청년들에게 건넸다.
'민·학 협력'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정밀한 마음 처방전
이번 군포시의 시도가 여타 지자체의 일회성 힐링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단단하게 구축된 전문성의 인프라에 있다. 플라잉은 지난 4월 서경대, 서울사이버대, 한국융합예술심리학회, 그리고 문화예술 전문 기업인 ㈜블랙버터뮤직과 5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자체의 공간과 예산 위로 대학의 학문적 깊이와 기업의 현장 실무 커리큘럼을 결합한 것이다.
마음이 다친 청년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일수록 어설픈 위로는 독이 된다. 검증된 임상과 예술 심리 커리큘럼을 보유한 전문 기관들이 직접 조율한 프로그램이기에 청년들은 한층 더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을 열 수 있다.
프로그램의 과정 역시 흥미롭다. 단순히 남이 만든 노래를 감상하거나 노래방 기계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수준이 아니다. 다양한 악기를 만지며 감정을 조절하고, 내 마음에 남아있는 상처의 기억들을 가사와 멜로디로 엮어 '나만의 창작곡'을 완성해 나간다. 세상이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느껴 문을 닫았던 청년들에게, '내 이야기로 가득 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노래'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자존감을 뿌리부터 회복시키는 강력한 심폐소생술이 될 것이다.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방을 만나는 일"
"지자체가 해야 할 진정한 청년 복지는 눈에 보이는 취업률 지표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 단 한 명의 청년이라도 낙오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세상과 연결되는 안전한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모집 요강에 적힌 문구는 유독 마음을 울린다.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공간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싶은 청년들을 기다린다.’ 면접장에서도, 명절 친척들 앞에서도 끊임없이 자기를 증명하고 설명하느라 진이 빠져버린 청년들에게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는 이 한 문장이야말로 공공 행정이 지녀야 할 최고의 품격이다.
6월 9일부터 청년공간 플라잉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릴 소규모 음악 그룹 활동은, 어쩌면 이들이 사회를 향해 내딛는 가장 두렵고도 위대한 첫 발걸음일 것이다. 서로의 서툰 악기 연주 소리를 들어주고, 가사 속에 담긴 숨은 한숨에 공감하며, 마침내 공동의 발표회를 마쳤을 때 청년들의 눈가에는 어떤 온기가 돌고 있을까.
방문을 열고 나오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문을 여는 일과 같다. 군포시 플라잉이 준비한 '음악 레시피'가 고단한 시대를 견디느라 차갑게 얼어붙은 청년들의 마음에 따뜻한 온수 매트가 되어 주기를, 그래서 올여름이 끝날 무렵 세상 밖으로 울려 퍼질 그들의 서툴지만 진심 어린 노랫소리를 온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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