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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버려진 유휴공간, 비눗방울과 음악을 품고 '시민의 예술 놀이터'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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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겨나는 필연적인 그늘이 있다. 제 기능을 잃고 덩그러니 남겨진 건축물, 즉 '유휴공간(Idle Space)'의 발생이다. 과거 많은 지자체는 이러한 공간을 마주했을 때 으레 '철거 후 재건축'이라는 손쉬운 개발 논리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번듯한 빌딩을 새로 올린들, 그 속을 채울 알맹이가 없다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거대한 콘크리트 유휴공간을 낳을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의왕시가 추진하고 있는 '왕림이팝아트홀'의 행보는 도시재생과 문화행정이 나아가야 할 가장 교과서적이면서도 영리한 해법을 보여준다.

 

의왕시는 오는 6월 13일, 왕림이팝아트홀에서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의 대표 브랜드인 ‘예술이 팝팝 데이’ 시즌4를 개최한다. 이번 시즌의 중심에는 대중과 격의 없이 호흡하는 극단 ‘여기, 우리’의 릴레이 무대가 자리 잡고 있다. 오후 3시에는 비눗방울과 마술이 어우러진 판타지 극이, 오후 5시에는 동서양의 악기 라이브 연주가 춤추는 가면음악극이 옛 유휴공간의 공기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기술적 스펙보다 중요한 행정의 온기, '문화재생'

이번 행사가 갖는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주말에 볼만한 무료 공연이 하나 생겼다'는 일차원적 복지에 그치지 않는다. 쓸모를 다해 자칫 도시의 흉물이나 낙후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었던 공간에 '문화'라는 산소를 주입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쉼터로 체질을 개선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의왕시의 세심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1부 '해피 버블리'와 2부 '꼬마야, 꼬마야'는 모두 거창한 무대 장치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비눗방울이라는 아날로그적 소재, 마임이라는 인간 본연의 신체 언어, 그리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켜고 두드리는 바이올린과 장구의 투박한 라이브 멜로디가 중심을 이룬다.

 

차갑게 식어있던 유휴공간을 데우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인간적인 온기'가 또 있을까. 아이들은 흩날리는 비눗방울을 잡으려 무대 위를 뛰어놀고, 어른들은 대사 없는 가면극의 몸짓 속에서 해학을 읽어낸다. 공간의 부활이 시민 삶의 활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순간이다.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의왕을 위한 과제

"진정한 도시재생은 낡은 벽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축제와 웃음소리를 채워 넣는 것이다."

 

의왕시의 '예술이 팝팝 데이'가 벌써 시즌4를 맞이했다는 것은 이 조용한 문화 혁명이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제 왕림이팝아트홀은 동네 주민들에게 '예전의 그 버려진 곳'이 아니라, '이번 주말엔 어떤 재밌는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게 만드는 설렘의 공간이 되었다.

 

다만 이러한 공공 주도의 문화재생 사업이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관내 역량 있는 청년 예술가 및 다채로운 독립 극단들과의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히 넓혀가야 한다. 하드웨어(공간)가 갖춰졌으니, 그 안을 채울 소프트웨어(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오는 6월 2일, 의왕시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전석 무료로 열릴 이번 공연의 예약 창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클릭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초여름의 길목,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와 라이브 아코디언 선율로 가득 찰 왕림이팝아트홀의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개발의 굉음 대신 예술의 낭만으로 도시를 치유하는 의왕시의 행보를 계속해서 응원하고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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