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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선배의 묵직한 경험과 후배의 날 선 패기, 용인서 한국 연극의 '내일'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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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묵직한 경험과 후배의 날 선 패기, 용인서 한국 연극의 '내일'을 쓰다

영상 미디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 현재, '연극'이라는 장르는 어쩌면 가장 미련하고 고집스러운 예술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전 세계 화려한 CG 영화를 안방에서 보는 시대에, 굳이 극장을 찾아가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땀방울을 마주하는 행위는 아날로그의 극치다.

 

그러나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무너지고, 인간과 인간이 날것 그대로 소통하는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전율은 그 어떤 첨단 기술로도 대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위대한 기초 예술이 갈수록 심화되는 재정난, 관객 감소, 그리고 청년 인재 유출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 고사(枯死) 위기'를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척박한 현실 속에서 용인문화재단과 한국연극협회가 오는 5월 30일부터 개최하는 <대한민국연극인페스타>의 소식은 무척 반갑고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번 행사는 제3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와 발을 맞춰 기성 연극인과 청년 연극인이 한자리에서 뒹굴며 교류하는 '연극계의 대형 상생 플랫폼'을 표방하고 나섰다.

단순한 경연을 넘어선 '아카이브와 토론'의 가치

그동안 지자체나 단체에서 진행하던 수많은 연극제는 대개 '학생들의 장기 자랑'이나 '일회성 경연 대회'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상을 주고받는 시상식이 끝나면 불이 꺼진 무대처럼 인연도, 정책도 순식간에 휘발되곤 했다.

 

반면 용인이 준비한 이번 페스타의 구성안을 보면 기획자들의 고민의 깊이가 느껴진다. '월간 한국연극'의 역사와 대학연극제의 기록을 복원하는 아카이빙 전시는 한국 연극이 걸어온 단단한 뼈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다.

 

여기에 첫날 진행되는 '연극 발전 포럼'은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가 아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급성장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대두 등 급변하는 공연예술 환경 속에서 연극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두고 기성 대가들과 현장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

 

변화하는 시대 앞에 연극이라는 장르가 가져야 할 태도와 생존 전략을 논하는 이 포럼은, 현장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청년 예술가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선배의 노하우와 후배의 에너지가 결합하는 '현장 워크숍'

 

"연극은 혼자 할 수 없는 예술이다. 무대 위 배우와 스태프의 연대가 필수적이듯, 연극계의 미래 역시 세대 간의 단단한 연대 위에서만 자라난다."

 

축제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2일 차부터 펼쳐지는 대학연극제 참여자 중심의 워크숍이다. 평소 대학 강의실이나 소극장 연습실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던 신진 연극인들이 대한민국 연극계를 이끄는 대선배 기성 연극인들과 마주 앉아 창작 경험을 공유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거장들의 현장 경험과 무대 장악 노하우가 청년들의 날 선 패기와 날것의 아이디어와 결합하는 순간이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단단한 등 뒤에서 배움을 얻고, 선배들은 후배들의 거침없는 시선에서 타성에 젖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건강한 자극과 세대 간 네트워크의 확장은 한국 연극 생태계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자양이 될 것이다.

 

도시의 가치는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 숲이 아니라, 그 도시가 품고 있는 문화의 깊이로 결정된다. 용인특례시가 이처럼 전국 연극인들의 고향이자 허브 역할을 자처하며 소통과 연대의 장을 깔아준 것은 매우 고무적인 행정이다.

 

5월의 마지막 날,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 가득할 연극인들의 뜨거운 난장(亂場)을 기대한다. 그곳에서 쏟아질 밤샘 토론과 열정적인 몸짓들이, 고단한 시대를 버텨내고 있는 한국 연극의 내일을 환하게 밝혀줄 불씨가 되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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