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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바이어만 믿다간 '흑자 도산'… 성남시가 100만 원짜리 방패를 건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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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만 믿다간 '흑자 도산'… 성남시가 100만 원짜리 방패를 건넨 이유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혹하다. 온갖 고생 끝에 해외 시장 바이어를 발굴하고 대규모 수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을 때의 환희도 잠시, 중소기업 대표들의 머릿속은 '과연 제때 돈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거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대기업처럼 촘촘한 현지 정보망이나 법무팀을 가질 수 없는 중소기업에 대수출 바이어의 일방적인 결제 지연이나 파산은 말 그대로 사망 선고와 같다. 물건은 완벽하게 만들어 보냈는데 돈을 받지 못해 문을 닫는 이른바 '흑자 도산'의 비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골목길 공장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무역 현장의 가장 날것의 공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선제적으로 기업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경기도 성남시가 발표한 ‘중소기업 수출보험보증료 지원사업’은 기업당 최대 100만 원이라는 예산의 숫자를 넘어, 공공 행정이 지역 경제의 실핏줄인 중소기업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그 정석을 보여준다.

'떼인 돈 보장'부터 '자금 융통 보증'까지… 무역보험공사와의 영리한 동행

성남시가 올해 5,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해 약 120개사에 제공하는 이번 지원책은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의 검증된 안전장치들을 기업의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기수출보험 중소플러스형'과 '단체수출보험'이다. 개별적으로 무역 보험에 가입할 여력조차 없는 영세 소기업들을 위해 성남시가 직접 계약자가 되어 기업들을 통째로 가입시켜 주는 '단체수출보험'은 공공이 지녀야 할 연대의 미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계약 기간 1년 동안 바이어의 먹튀나 파산으로 발생한 손실을 연간 책임 금액 안에서 완벽하게 보상해 주니, 중소기업으로서는 든든한 아군을 등에 업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시는 자금조달에 목마른 청년·창업 기업들을 위해 '수출신용보증' 비용까지 지원 항목에 넣었다. 물건을 싣기 전(선적 전) 자금이 부족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거나, 물건을 실은 후(선적 후) 외상 수출채권을 조기에 매각해 현금을 쥐어야 할 때 무역보험공사가 연대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시가 보증료를 보전해 주니 기업들은 금융 비용 부담 없이 현금 흐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

100만 원의 보조금, 기업에게는 수억 원짜리 '심리적 안전망'

"지자체의 진정한 경제 행정은 거창한 기업 유치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척박한 글로벌 시장으로 뛰어드는 관내 중소기업들의 발끝에 채이는 돌맹이를 치워주고, 그들의 등에 단단한 낙하산을 매어주는 세심함에 있다."

 

사실 시가 지원하는 '최대 100만 원'이라는 보조금 자체는 거대 기업의 눈에는 소액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100만 원이 무역보험료로 전환되는 순간,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리스크 방어 효과는 수억 원, 수십억 원 가치로 둔갑한다. 실패했을 때 모든 책임을 경영자 개인이 져야 하는 구조 속에서, "설령 대금을 못 받더라도 지자체와 무역보험공사가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확신은 중소기업이 과감하게 신흥 해외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심리적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남시는 지난해에도 112개 기업에 이 보험료를 지원해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방어해 냈다. 올해 역시 예산 소진 시까지 연중 상시로 팩스 신청을 받으며 문턱을 대폭 낮췄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불안 가중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조마조마한 2026년의 무역 환경이다. 성남시청 아스팔트 위에서 쏘아 올린 이 조용한 '수출 안전망' 신호탄이, 먼 타국 땅에서 외롭게 판로를 개척하고 있을 성남의 중소기업인들에게 든든한 위로이자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녹색 신호등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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