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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집 구하기가 공포가 된 세대… 구리시가 청년들에게 '주거 방패'를 쥐여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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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하기가 공포가 된 세대… 구리시가 청년들에게 '주거 방패'를 쥐여주는 이유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독립해 첫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은 '설렘'이 아닌 '공포'와 동의어가 되었다. 이른바 빌라왕 사건으로 촉발된 전세사기 사태의 칼날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과 대학생들의 목덜미를 가장 먼저 겨냥했다. 수년간 밤낮없이 일하고 아껴 모은 피 같은 보증금, 혹은 평생 갚아야 할 청년 전세대출금이 계약서 한 장 잘못 썼다는 이유로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비극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목격해 왔다.

 

더욱 씁쓸한 점은, 이 잔인한 사기 플랜의 배후에는 늘 부동산 생태계에 무지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정보 비대칭성'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미적분을 가르치고 영어 단어를 외우게 했지만,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등기부등본의 '을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전세가율이 왜 중요한지는 단 한 번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제도권 교육이 방치한 이 거대한 공백을 지자체가 메우겠다고 나섰다. 구리시 청년내일센터가 기획한 ‘1939 청년 영앤리치 주거 교육’이 유독 반가운 이유다.

'영앤리치'라는 역설적인 타이틀 속에 담긴 진짜 메시지

특강의 이름인 '영앤리치(Young & Rich)'는 얼핏 보면 고급 아파트나 호화로운 자산 형성을 가르치는 재테크 강의처럼 들린다. 하지만 세부 커리큘럼을 뜯어보면 철저하게 서민 청년들의 '자산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일종의 행정적 반전(Irony)이다. 진짜 부자가 되는 법은 내 지갑에 들어온 돈을 불리는 것보다, 교묘한 시장의 덫으로부터 내 소중한 종잣돈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묵직한 메시지가 깔려 있다.

 

오는 5월 30일 열리는 이번 교육은 철저하게 실전용이다.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덥석 도장을 찍는 실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임대차 계약서 작성법부터 ▲주변 실거래가 조회를 통한 시세 파악법 ▲전세대출 상품의 함정과 혜택 비교 ▲그리고 최후의 보루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실무까지 3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다룬다.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19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들에게 부동산 시장이라는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단단한 '지식의 방패'를 쥐여주는 셈이다.

사후 약방문식 구제보다 훨씬 강력한 '선제적 행정 교육'

"전세사기가 터진 뒤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전세사기 피해자 특별법 수혜 대상을 논하는 사후 행정은 피해 청년들의 깨진 일상을 온전히 치유하지 못한다. 사기꾼들이 틈타지 못하도록 청년들의 눈을 먼저 밝혀주는 '교육 행정'이 백배 천배 유능하다."

 

행정의 패러다임은 이제 '수습'에서 '예방'으로 넘어가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후 지자체가 대출 연장을 주선하거나 긴급 주거지를 지정해 주는 것은 물론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미 한 인간의 영혼과 자산이 피폐해진 뒤의 일이다. 반면, 독립을 앞둔 청년들에게 무료로 강의실을 열어주고 "계약서 특약 조항에 반드시 이 문구를 넣으라"고 가르치는 예방적 조치는 적은 예산으로 수많은 청년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는 가장 고효율의 복지다.

 

온라인 구글폼을 통해 오는 5월 29일까지 단 일주일간 신청을 받는 구리시의 템포도 기민하다. 주말 오후 시간을 활용해 청년내일센터 4층에서 대면으로 소통하며 청년들의 구체적인 고민과 질문을 받아내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청년의 주거 안정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다

도시의 활력은 청년들이 그 도시에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매달 나가는 월세가 무서워서, 혹은 전세 사기를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청년들이 가득한 도시는 미래가 없다.

 

구리시 관계자의 말처럼 주거 정보 부족으로 홀로 앓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번 영앤리치 주거 교육은 안전하고 합리적인 자립을 향한 든든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교육을 기점으로 구리시의 청년들이 부동산 시장의 먹잇감이 아닌, 당당하고 현명한 주거 주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모든 청년의 첫 독립이 공포가 아닌 축제가 되는 그날까지, 이와 같은 생활 밀착형 금융·주거 교육이 전국 방방곡곡의 청년 공간으로 번져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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