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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억대 용역판 뒤흔든 군포시의 '조용한 반란', 데이터 행정의 갈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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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신년 예산서를 들여다보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단골 항목이 있다. 바로 'OO지역 활성화 연구용역', 'OO구역 안전망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용역' 같은 것들이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세금이 '연구'와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외부 전문기관이나 컨설팅 업체로 흘러 들어간다. 공무원 조직 내부에 분석 역량이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부실한 결과가 나왔을 때 책임 회피용 '방패막이'로 쓰기 위해 관행적으로 맺어온 계약들이다.

 

이러한 해묵은 관행 속에서 최근 군포시가 보여준 행보는 사뭇 신선하다 못해 묵직한 충격을 던진다.

 

군포시는 최근 '2026년 범죄위험지역 및 CCTV 설치 최적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단 돈 1원의 외주 용역 예산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 정보화 부서의 실무자들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머리를 맞대고 시가 자체 보유한 공공 데이터와 치안 데이터를 직접 가공하고 가치 분석 솔루션을 돌렸다. 말 그대로 외주 업체 없는 '비예산 자체 분석'이다.


업체에 맡긴 겉핥기식 분석보다 날카로웠던 '자체 지수'

외부 업체가 수행하는 용역의 가장 큰 허점은 '지역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아무리 뛰어난 분석가라 할지라도 군포시 골목골목의 특성, 심야 시간대 실제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의 밀도를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매번 뻔한 통계 수치와 그럴싸한 그래픽으로 포장된 '복사 붙여넣기식' 보고서가 나오기 일쑤였다.

 

반면 군포시 공무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여 만든 분석은 날카로웠다. 이들은 단순 범죄 발생 빈도만 본 것이 아니라, 감시취약 정도(CCTV 사각지대), 치안취약계층 거주 분포, 심야 유동인구, 지구대와의 접근성, 그리고 수년간 누적된 실제 민원 데이터까지 융합해 ‘치안취약지수’라는 맞춤형 지표를 스스로 개발했다.

 

그 결과 주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골목길과 사각지대 10곳이 명확한 격자형 지도로 도출됐다. 직관이나 민원 압박에 밀려 "목소리 큰 사람 동네"에 대충 CCTV를 달아주던 과거의 이른바 '정치적 행정'에서 벗어나, 철저히 숫자가 증명하는 '과학적 행정'으로의 체질 개선을 이뤄낸 셈이다.

 

"이번 분석은 예산 절감이라는 경제적 수치보다 행정의 주체성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다."


진정한 '스마트 시티'는 값비싼 기술이 아닌 '공무원의 역량'에서 나온다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시티'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값비싼 하드웨어를 구매하고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의 기술을 사 오는 데 수십억 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무늬만 스마트'인 경우가 허다하다.

 

진정한 스마트 행정은 화려한 관제센터 건물이 아니라, 매일 쌓이는 공공 데이터를 읽어내고 이를 시민의 안전과 복지로 환류시킬 줄 아는 공직 사회 내부의 역량(Capability)에서 출발한다.

 

이번 군포시의 사례는 행정의 주체성을 외부 용역업체에 저당 잡히지 않고, 공무원이 직접 데이터 분석가가 되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벽히 증명해 보였다. 돈을 써서 해결하는 행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 없이도 데이터의 숨은 맥락을 짚어내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행정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군포시의 이번 '조용한 반란'이 일회성 모범 사례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지자체 전반의 고질적인 용역 만능주의를 깨뜨리는 기분 좋은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번에 도출된 10곳의 최적지에 방범용 CCTV가 신속히 설치되어 시민들이 늦은 밤 귀갓길에서도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안전 무결점 도시 군포'가 완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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